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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유

장미색 비강진 [약 두 달간의 투병일기] #2

이전 글에 이어 장미색 비강진에 대한 두 번째 투병일기를 써볼까 한다.

먼저, 장미색 비강진이란 2주에서 길면 6개월까지 온몸에 홍반성 붉은 반점이 돋아나는 피부질환이다.

'피부의 감기'라고 불리는 자연 치유되는 병으로 현재까지는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그저 면역력 저하로 인한 피부질환이라고 할 뿐), 딱히 치료법 또한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리해보면 그냥 시간이 약인 병인 셈이다. 

지금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로 끊임없이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계실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후기를 마저 작성하도록 하겠다.

 


* 첫 번째 투병일기는 아래 글을 참고하자.

2019/07/23 - [-- 정보공유] - 장미색 비강진 [약 두 달간의 투병일기] #1


 

장미색 비강진

 

#2 절정 (4주차 ~ 7주 차)

♣ 어미 반점 주위로 돋아난 새끼 반점

  반점이 더 이상 번지지 않는 것 같았다. 반점의 색도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좋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방심했던 탓일까..

  그간 건강식을 유지하다가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정말 오랜만에 떡볶이에 튀김, 온갖 분식 인스턴트를 먹었다. 그 후로 큰 반점들 주위로 아주 작은 두드러기 같은 새끼 반점들이 띠를 이루며 돋아나기 시작했다. 

  원인이 정말 분식을 와장창 먹어서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냥 시기가 딱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뭐가됐든 너무 속상했다. 이때부터는 정말 몸이 너무 징그러웠다. 등 뒤쪽에 인터넷에서 글로만 보던 트리 모양이 뭔지 알 것만 같은 형태로 우수수수 반점들이 돋아났다. 좀비가 따로 없었다.

♣ 홍삼을 먹기 시작하다

  어찌 됐든 원인이 면역력 저하라면 면역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어떤 분이 홍삼을 먹고 괜찮아졌다는 글을 보고, 난생처음 정관장에서 1일 1포씩 먹는 그 홍삼을 샀다.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때부터 장미색 비강진에는 명확한 치료법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광선치료까지 받았건만 나아지기는커녕 더 번지고 있으니..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에 뭐라도 해 봤던 것 같다.

 ♣ 장미색 비강진, 온몸으로 퍼지다

  한 달이 지나고 6주 차쯤 되었을 때, 몸의 중심부에서 점차 그 주변으로 반점이 번지기 시작했다. 등허리에서 날개뼈 부근까지, 배에서 가슴, 겨드랑이까지, 사타구니에서 무릎 바로 위까지 조금씩 작은 반점들이 띄엄띄엄 번지고 있었다.

  이쯤 되자, 뭘 해도 이 병은 끝장을 보고 내 몸에서 사라지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처음에 크게 났던 발진들이 갈색으로 변하고, 자연스레 껍질이 벗겨지며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자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3 마무리 (8주 차, 그 이후)

♣ 각질로 뒤덮이는 내 방

  껍질이 벗겨질 때는 조금 간지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이때 잠을 못 잘 정도로 너무 간지럽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이 때 환부가 조금씩 갈라지며 건조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샤워 후 전신에 바디 로션을 발라주곤 했는데, 이게 조금 도움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각질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절대 손으로 뜯으면 안 된다. 오히려 흉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지가 알아서 잘 벗겨진다.

  이 시기에 중심부에 있던 거의 모든 반점들이 껍질이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몸에서 엄청난 각질이 쏟아져 나왔다. 옷을 입었다 벗으면 옷에 우수수 붙어있었고, 1주일 정도 지나자 방바닥과 침대 위에 하얀 각질이 쌓여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 해탈하다

  중심부의 환부가 조금씩 나아갈 때쯤, 점차 바깥쪽으로 번지던 반점들은 이제 종아리, 팔, 심지어 손등과 발등에도 한 두 개 정도씩 번져갔다.

   3일, 5일에 한 번씩 꾸준히 가던 병원은 1달이 지난 시점부터 더 이상 가지 않았고, 따로 약을 먹지도, 바르지도 않았다. 정말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피부 붉은 반점
피부 붉은 반점

▷ 팔과 종아리에 번지기 시작한 반점들. 이때쯤 중심부에 있던 것들은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몸의 중심부는 이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티브이에서나 보던 전염병에 걸려 격리된 사람 같았다.

 

♣ 완치, 그 이후

  신경 쓰지 않고 지내다 보니, 반점들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광선치료를 받아서 몸의 색이 태닝 한 것처럼 살짝 어두워졌었는데, 어두워진 피부색이랑 새로 돋아난 흰 피부색의 차이가 있어서 피부가 조금 얼룩덜룩해 보이는 것만 빼면 흉터는 거의 남지 않았다. 

  현재 완치 후 약 5개월 정도가 지났다. 광선 치료로 인해 살짝 어두워졌던 피부 톤도 점차 원래 내 피부색으로 돌아오면서, 얼룩덜룩했던 것도 싹 사라졌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아예 없었던 것처럼 정말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약 두 달간 온갖 마음고생을 하며 장미색 비강진을 겪어본 결과,

결론은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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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글을 보며 수많은 후기를 검색하고 계실 여러분들은 아마 함께 업로드된 사진들을 보며 '이 사람들은 나처럼 심하지는 않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그랬다. 그저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은 가장 심각한 부위를 찍지 않은 것일 뿐이다. 특히 이 질병은 몸의 중심부에 주로 돋아나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두기 애매한 위치가 가장 발진이 심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너무 심각한 것 같은데..' '큰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흉 지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넣어 두고 잠시 신경을 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은 안다. 하지만 겪어본 결과 정말 그게 답이다)

  그렇다고 하지 말란 것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웬만하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주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자.

 

  다음 글에서는 내가 장미색 비강진을 겪으며 했던 여러 가지 노력들에 대해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아마 장미색 비강진에 대해서는 마지막 글이 될 듯싶다.